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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국선언 2023.07.2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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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2023.07.07 1
그곳에 멀지 않다
고독
비와 사랑과 열병
사랑과 욕망, 그 끝없는 에네르기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한곳을 지긋이 바라봅니다.
그의 시선 끝에는 한 소녀가 서 있습니다.
꽃을 보면서 까르르 웃는 한 소녀에게서 그는 눈을 떼지 못했지요.
17살이 갓 지난 소녀는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인 역시 그를 사랑스럽게 여겼지요.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이라지만 노인의 나이는 벌써 72세.
둘의 나이 차이는 50살이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기어이 그녀에게 ‘청혼’의 뜻을 전하지요.
노욕에 가득 찬 범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기의 대문호 괴테의 일화입니다.
사랑을 문학의 동력으로 삼은 그를 사색합니다.
삶의 주기마다 불같은 사랑이 찾아왔고, 열정이 불탄 자리엔 문학이 자랐습니다.
첫사랑부터 끝사랑까지, 빠짐없이 명작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는 타고난 작가였지요.
괴테를 알기 위해서는 괴테의 연인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괴테는 젊은시절부터 꽤나 많은 사랑을 한 정열의 사나이였다.
부유한 시민 계급의 아들이었지요.
독일 북부 지역 법률가인 아버지로부터는 근면한 생활태도를 배웠고
프랑크푸르트 시장의 딸이자 예술을 사랑하는 어머니로부터는 이야기를 짓는 능력을 물려받았지요.
서민 집안에서도 유복했고 그 덕에 마음껏 고등교육을 받고 자랍니다.
우연히 빠진 삼각관계...대작의 씨앗
보다 강렬한 사랑의 경험은 그가 23살이던 해 찾아옵니다.
인구 5000명의 작은 도시 베츨라르에서였습니다.
변호사 경력을 시작하려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도시는 유서 깊었지만, 인습이 켜켜이 쌓여있는 느낌을 풍겼기 때문입니다.
낯선 법원에서 변호사로서의 경력 시작하는 것에도 두려움이 앞섰지요.
“혹시 연인 있으세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보다는 불안이 가득한 나날이었습니다.
사랑은 이렇게 불현히 찾아왔지요.
무도회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만난 ‘그녀’ 때문이었습니다.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아침이슬처럼 영롱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을 소재로 가벼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녀의 이름이 샬럿 버프라는 것까지 알게 됐지요.
무도회장에서 그녀가 어떤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약혼자가 있었던 몸이지요.
잠깐이나마 두 사람 사이에서 서성이던 괴테.
샬럿테의 약혼자였던 캐스트너와도 우정을 잠시 쌓았지만, 공허함은 커집니다.
결국 샬럿테의 곁을 떠나기로 결심하지요.
“문학이 나를 구원하리...”
괴테는 사랑으로부터 저주받았고, 문학으로부터 구원받았습니다.
사랑의 생채기를 자신만의 미문(美文)으로 회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사랑에 아파하는 유럽의 시민들 역시 그의 문학에 공명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두 번째 사랑이 끝났을 때 만든 작품이 그랬지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주인공 베르테르는 삼각관계에 괴로워하다
독일의 또 다른 대문호인 [ 프리드리히 쉴러 ] 는 괴테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성적 욕망을 그는 문학의 불쏘시개로 삼았습니다.
바이마르 공국에서 머물 때에는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7살 연상의 샬로테 폰 슈타인이라는 여인과 사랑을 속삭이면서 이를 작품으로 소화했지요.
그녀가 유부녀였던 탓에 사랑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런데도 편지를 1800통이나 주고받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이어 나갔지요.
’쉴 사이 없는 사랑‘, ’달에게‘ 등 그녀와의 사랑을 찬미합니다.
“사랑이여, 너는 삶의 왕관이다. 쉴 사이 없는 행복이다.” -쉴 사이 없는 사랑 中-
7살 연상의 유부녀였음에도 괴테와 정신적 사랑을 나눈 샬럿 폰 슈타인
그의 나이 74살인 1823년에 쓴 작품이었지요. 19살 소녀와의 결혼이 물거품 된 뒤의 감정을 담았습니다.
괴테는 2년 전 만난 울리케 본 레베초브에게 끌렸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나이를 되뇌면서 아버지와 같은 마음의 애착을 보여주곤 했었지요.
그런데 어느새 그 마음은 사랑과 정열로 변했습니다.
침대에 누운 노인은 밤마다 소녀와의 사랑을 상상하면서 잠들곤 했었지요.
마치 사춘기 소년처럼요.
15년 전에 울리케의 어머니를 사랑했던 기억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괴테의 마지막 사랑으로 통하는 울리케 폰 레베초브.
삶이 끝나기 전에 그는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싶었지요.
그는 자신의 주군이자 친구이기도 한 바이마르 공작에게 ’청혼‘의 의사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청합니다.
그녀의 대답은 완곡한 거절로 전해집니다.
시의 제목이 ’마리엔바트의 비가‘인 이유이지요.
슬픔과 비애로 가득했지만, 그는 다시 책상에 앉았습니다.
수도원의 수도승마냥, 시구(詩句)와 시어(詩語)를 모아 자신의 마음을 써 내려갔지요.
요한 티슈바인이 그린 이탈리아 여행 중인 괴테
그는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고전주의를 자신의 작품에 녹였다.
···떨칠 수 없는 그리움만이 나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네,
끝없는 눈물만이 남아있네.” -마리엔바트 비가 中-
황혼에 접어든 노인의 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정이 묻어납니다.
사랑의 정열을 온전히 품을 수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괴테가 펜을 쥘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이마르에 마련된 두 사람의 동상
“예술가에게 자유를
그러면 그들은 더 큰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는 격언
괴테만큼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반면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며, 빈약한 상상력의 예술가들이 이 땅에는 너무 많습니다.
1999년 발행된 괴테 기념 우표.
ㅇ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사랑을 문학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ㅇ약혼자가 있는 여인을 사랑한 뒤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ㅇ74세에 19살 소녀에게 청혼한 뒤 거절당했다. 이 아쉬움으로 ‘파우스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ㅇ우리는 괴테가 아니다. 사랑에도 선을 지키자.
<참고 문헌>
ㅇ요한 페터 에커만, 괴테와의 대화, 민음사, 2008년
ㅇ이상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타 사실성과 허구성, 한국외대 외국문화연구소, 2000년
ㅇ슈테판 츠바이크, 광기와 우연의 역사, 자작나무, 1996년
이글은 아래 강영운 기자님이 쓴 기사의 글을 옮겨온 글이며
글 제목을 수정하고 가독성을 위해 사진과 글을 미미하게 수정을 했음을 아울러 밝힙니다.
매일신문의 강영운 기자 penk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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